대전의 한 아파트를 보증금 2억8,000만 원에 임차하기로 한 한 씨는 계약 당일 계약금 2,800만 원을 냈고, 나머지는 3주 뒤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계약서에는 채무불이행 때 계약금을 손해배상액으로 삼는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한 씨는 잔금을 내지 못했습니다. 지급기일 이틀 뒤 이삿짐을 들이려다 열쇠를 받지 못한 한 씨는, 집주인 서 씨가 계약을 해제하자 해제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고 계약금도 크다며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계약금이 크고 계약이 빨리 해제됐다면, 법원에서 손해배상액을 줄이고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계약을 감액할 수 있지만, 단순히 금액이 크거나 계약 해제까지의 기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약정이 이뤄진 경위, 예정액이 채무액에서 차지하는 비율, 예상 손해와 당시 거래·경제 사정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그 결과 예정액을 그대로 부담시키는 것이 경제적으로 약한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이 되어 공정을 잃는다고 인정돼야 감액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 씨가 계약금이 과다하고 해제가 빨랐다는 사정만 내세운다면 반환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감액 여부는 금액이나 시간만이 아니라 계약과 당사자를 둘러싼 구체적 사정으로 판단합니다.
참고: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