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도시 해온시에서 대지를 가진 임대인 서진호 씨는 사업자금 1억 8천만 원을 빌리며, 아직 비어 있던 땅에 채권담보 목적의 가등기를 설정해 주었습니다. 서 씨는 이후 땅 위에 작은 상가를 지었고, 대지와 건물을 매수한 임차사업자 윤하린 씨에게 소유권을 넘겼습니다. 서 씨가 빚을 갚지 않자 채권자 강민석 씨는 청산절차를 거쳐 대지의 본등기를 마쳤고, 건물 앞에서 하린 씨에게 철거를 요구했습니다.
가등기 뒤에 지어진 건물을 매수한 사람에게도 관습상 법정지상권이 생겨 철거를 거절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채권담보를 위해 나대지에 가등기가 먼저 설정되고, 그 뒤 채무자가 건물을 지은 다음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가 이루어진 경우를 판단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건물을 위한 관습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면, 처음부터 토지를 담보로 잡은 채권자의 이익을 크게 해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건물과 토지를 나중에 함께 매수한 경우에도 이 판단은 달라지지 않아, 토지 소유자는 건물 철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가등기 후 신축된 건물은 매수인이 바뀌어도 관습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고: 대법원 1994.11.22. 선고 94다545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