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정 씨는 오 씨에게 9천만 원을 빌리며 시가 7천만 원 상당의 아파트를 담보로 넘겼지만, 아파트에서 계속 거주하거나 임대할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정 씨는 이후 중개사 한 실장의 안내로 강 씨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아파트 열쇠를 건넸습니다. 이 사실을 안 오 씨는 강 씨에게 자신이 아파트를 사용하지 못했다며 임료 상당의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강 씨는 당황했습니다.
담보로 아파트를 넘겨받은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정당하게 임차한 세입자에게 사용료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부동산을 채권 담보로 양도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부동산을 사용하고 수익할 권리는 채무자인 담보 제공자에게 남습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그 권한을 가진 채무자뿐 아니라, 채무자로부터 적법하게 사용·수익할 권한을 넘겨받은 사람에게도 자신이 사용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임료 상당의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이 사례에서도 정 씨가 강 씨에게 정당한 사용·수익 권한을 주었다면, 오 씨의 청구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담보로 소유권을 넘겼다는 사정만으로 세입자에게 사용료 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대법원 1988. 11. 22. 선고 87다카255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