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에서 임야를 소유하던 서은주 씨는 11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 땅에 모셨고, 몇 해 뒤에는 살아 계신 어머니를 위해 시신이 없는 작은 봉분도 만들어 두었습니다. 임야를 박도현 씨에게 팔 때 묘를 옮기기로 한 약정은 없었고, 김중개 씨와 함께 현장을 둘러본 박 씨는 실제 묘와 빈 봉분을 보고 둘 다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장 약정 없이 임야를 팔았다면, 아버지 묘와 어머니를 위한 빈 봉분을 모두 옮겨야 할까요?
자기 땅에 분묘를 설치한 뒤 분묘를 옮긴다는 약정 없이 토지를 팔았다면, 분묘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분묘기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권리는 등기하지 않았더라도 새 토지 소유자에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 씨가 아버지 묘에 관해 이전 약정이나 권리 포기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면, 박 씨가 그 묘의 이장이나 철거를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분묘는 그 안에 시신이나 유골 등이 실제로 안치된 곳을 말합니다. 어머니를 모시려고 미리 만든 빈 봉분은 분묘로 볼 수 없어, 그 봉분을 근거로 분묘기지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시신이 안치된 아버지 묘와 비어 있는 어머니 가묘는 법적 취급이 다릅니다.
참고: 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다14036 판결; 대법원 1991. 10. 25. 선고 91다1804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