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작은 도자기 작업장을 지으려고 토지를 산 박 씨는 잔금을 치르기 전, 설계사무소에 설계비를 내고 시공업체에도 계약금을 건넸습니다. 매도인 최 씨가 약속한 날까지 소유권을 넘기지 않아 매매계약이 해제됐고, 박 씨는 설계비와 공사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최 씨는 박 씨가 작업장을 지을 계획이라는 건 알았지만, 설계·시공 계약까지 맺은 사실은 몰랐다고 합니다.
박 씨는 설계비와 공사계약금을 최 씨에게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을까요?
계약이 해제되더라도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자체가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계약이 제대로 이행됐다면 얻었을 이익을 기준으로 하고, 계약을 믿고 지출한 비용의 배상은 그 이행이익을 넘을 수 없습니다. 두 배상을 함께 중복해 받는 것이 아니라, 비용 배상과 이행이익 배상 중 하나를 선택해 청구해야 합니다.
설계비나 공사계약금처럼 계약을 믿고 지출한 비용은 신뢰이익에 해당하지만, 이 사안에서는 특별손해로 볼 수 있습니다. 매도인이 토지를 작업장 용도로 산다는 점을 알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매도인이 책임을 지려면 소유권이전 의무의 이행기까지 매수인이 설계계약이나 공사도급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합니다. 따라서 계약 체결 사실을 언제, 어떤 경로로 알렸는지가 중요한 쟁점입니다.
설계·공사 비용은 매도인이 계약 체결 사실을 이행기까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가 관건입니다.
참고: 민법 제551조, 대판 1996. 2. 13. 선고 95다4761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