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외곽에서 사는 김선우 씨 부부는 법적으로 입양하지는 않았지만 가족처럼 지내던 윤태식 씨에게, 두 사람의 식사와 병원 방문을 챙겨주는 조건으로 2억 4천만 원 상당의 단독주택을 증여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부터 윤 씨는 연락과 방문을 끊었고, 부부는 추운 날 현관 앞에서 약봉지를 든 채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끝났는데도, 부양 약속을 지키지 않은 윤 씨와의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요?
부양을 조건으로 한 증여는 단순히 재산을 무상으로 주는 계약이 아니라, 받은 쪽에도 약속한 일을 할 의무가 있는 부담부증여입니다. 민법 제561조에 따라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므로, 수증자가 부담을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가 이미 이행돼 등기까지 끝났더라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때 일반 증여의 해제 제한에 관한 민법 제555조와 제558조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여기서 약속한 돌봄이 친족 사이의 법정 부양의무가 아니라 당사자 사이의 계약상 의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의 부양의무는 민법 제974조에 정한 친족 간 의무를 뜻한다고 보면서, 친족이 아닌 당사자끼리 약정한 부양의무에는 그 조항의 적용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안에서는 친족이 아니더라도 약정한 돌봄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해제를 구할 수 있습니다.
김 씨 부부는 계약서에 적힌 돌봄 조건과 윤 씨의 불이행 사실을 확인해 증여계약 해제 및 소유권 회복을 구할 수 있습니다. 등기가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부담부증여를 해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대법원 1997. 7. 8. 선고 97다2177 판결;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3358 판결; 민법 제561조; 민법 제555조; 민법 제558조;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 민법 제974조; 민법 제556조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