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오래된 상가 건물과 대지를 함께 소유하던 윤 씨는 건물 2층을 한 씨에게 전세 놓았습니다. 이후 대지가 경매로 넘어가 장 씨 소유가 됐고, 건물은 서 씨에게 팔렸습니다. 서 씨는 장 씨와 대지 임대차계약을 맺었지만 차임을 밀려 계약이 해지됐고, 장 씨는 건물에서 나가라며 한 씨에게도 퇴거를 요구했습니다.
건물 전세권자인 한 씨도 대지 임대차가 끝났다는 이유로 건물에서 나가야 할까요?
민법 제304조는 다른 사람의 토지 위에 있는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경우, 건물 소유를 위한 지상권이나 임차권의 효력이 전세권에도 미치도록 합니다. 전세권 설정자는 전세권자의 동의 없이 그 토지사용권을 없애거나 제한할 수 없습니다. 또 건물과 대지가 같은 사람 소유였다가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뒤 대지 소유자가 바뀌면, 민법 제305조에 따라 새 대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 사이에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건물을 넘겨받은 사람이 대지 소유자와 임대차계약을 맺어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지위를 포기했더라도, 그 사정을 건물 전세권자에게 내세울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임대차계약의 체결과 해지는 건물 양수인과 대지 소유자 사이에서는 효력이 있지만, 전세권자의 동의 없이 이뤄진 이상 전세권자에게까지 퇴거를 요구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 보호가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물 전세권 설정자가 애초에 건물 존립에 필요한 토지사용권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전세권자가 민법 제304조를 들어 토지 소유자의 철거나 퇴거 요구에 맞설 수 없다는 판례도 있습니다. 이 사례처럼 건물과 대지가 한 사람 소유였다가 대지만 경매로 넘어간 뒤 건물 전세권이 유지된 경우라면, 임대차 해지만으로 전세권자에게 퇴거를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참고: 민법 제304조 제1항, 민법 제304조 제2항, 민법 제305조 제1항, 민법 제305조 제2항;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다43801 판결;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6다1468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