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솔내면의 밭을 매수한 한도윤 씨는 계약서나 영수증을 챙기지 못한 채 30년 넘게 밭을 일구며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매도인의 아들 서민재 씨가 몇 해 전 특별조치법 절차로 상속등기를 마쳤고, 도윤 씨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이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도윤 씨는 취득시효를 내세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려 하지만, 그동안 등기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오래 점유했더라도 등기 기회를 놓치고 상속등기에도 이의를 하지 않았다면 취득시효를 주장하기 어려울까요?
민법은 20년 동안 소유하려는 의사로 평온하고 공개적으로 부동산을 점유한 사람은 등기해야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정합니다. 점유자는 원칙적으로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사람이 그 의사를 따로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추정이 언제나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점유를 시작한 경위와 주변 사정을 종합했을 때, 점유자가 진짜 소유자라면 보통 취하지 않을 행동을 했거나 당연히 했을 조치를 하지 않은 사정이 드러나면 소유의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매매를 주장했지만 그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추정이 곧바로 깨지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조치법에 따른 등기 기회가 반복됐는데도 등기하지 않고, 상대방의 상속등기 사실을 알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정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윤 씨의 경우에도 이런 사정이 다른 점유 경위와 함께 평가되어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래 점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취득시효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등기 기회를 지나친 경위와 이의 여부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참고: 민법 제245조 제1항; 민법 제197조 제1항;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6다609 판결;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다66699 판결; 대법원 2000. 3. 24. 선고 99다56765 판결; 대법원 1998. 6. 23. 선고 98다1061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