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의 다가구주택을 3억 4천만 원에 사기로 한 박준혁 씨는 잔금을 치르기 전에 매도인 최민아 씨의 허락을 받아 1층을 먼저 임대했습니다. 공인중개사 김 대표의 중개로 임차인 정수진 씨는 보증금 7천만 원을 내고 입주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박 씨가 잔금을 내지 못해 매매계약이 해제되자, 최 씨는 정 씨에게 집을 비워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까지 갖춘 임차인이라면, 매매계약이 해제된 뒤에도 매도인에게 집을 비워 주지 않아도 될까요?
매도인이 매매대금을 받기 전에 매수인에게 임대 권한을 주었다면, 그 권한은 매매계약이 해제되면 사라지는 조건부 권한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매매계약이 해제되면 매수인은 그때부터 임대할 권한을 잃고, 임차인은 권한 없는 사람과 임대차계약을 맺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매도인에게 집을 사용할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이미 입주하고 전입신고를 했거나 확정일자까지 받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임대 권한을 잃은 매수인과의 계약이 매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매계약 해제 뒤에는 대항요건보다 임대 권한의 근거가 먼저 문제 됩니다.
참고: 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다3203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