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청주시 청명동의 작은 상가를 산 한서진 씨는 매도인 오민석 씨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지인 강태욱 씨 명의로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실명등기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도 등기를 바로잡지 못한 사이, 강 씨는 상가를 윤가람 씨에게 팔아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습니다. 한 씨는 상가를 되찾기 어렵게 되자 오 씨를 대신해 강 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매도인에게 손해가 생기지 않았다면, 매수인이 매도인을 대신해 명의수탁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이 사례는 매수인이 산 부동산을 매도인에서 명의수탁자에게 곧바로 등기한 이른바 3자간 등기명의신탁입니다. 실명등기 유예기간이 지난 뒤에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가 무효가 되지만,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할 권리를 보유할 수 있습니다.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는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합니다. 이 때문에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할 수 없게 되고, 매수인은 부동산을 넘겨받을 권리를 잃게 됩니다. 반면 명의수탁자는 매매대금이나 보상금이라는 이익을 얻습니다.
다만 매도인은 매매계약이나 그 이행에 잘못이 없고, 명의신탁자가 유예기간 안에 실명등기를 하지 않은 사정도 명의신탁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도인에게 부동산 처분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매수인이 매도인을 대위해 명의수탁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을 대신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보다, 명의수탁자에게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해야 합니다.
참고: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3항, 제11조; 민법 제536조 제1항 본문;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1654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9다2576, 258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