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아파트를 4억 8천만 원에 팔기로 한 임대인 최 씨는 계약금 4,800만 원을 받은 뒤, 한 달 후 중도금 1억 2천만 원과 그다음 달 잔금 3억 1,200만 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매수인 박 씨는 중도금을 내지 않았지만 최 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잔금일을 맞았고, 소유권이전등기 서류를 준비해 약속 장소에 나왔습니다. 박 씨가 실제 송금 대신 미지급 중도금과 잔금을 넘는 돈이 든 통장 화면을 보여주자, 이를 지켜본 중개사 정 씨 앞에서 최 씨는 계약해제를 통보했습니다.
통장 잔액 화면을 보여준 것만으로 매매대금의 적법한 이행제공을 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매매처럼 서로 의무를 주고받는 계약에서는 한쪽이 상대방의 이행이나 적법한 이행제공이 있을 때까지 자기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쪽이 먼저 이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순서를 따라야 하고,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해야 합니다.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경우에는 최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중도금 지급일이 지나도 매도인이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잔금일까지 기다린 경우, 잔금일에는 매도인의 등기 이전 의무와 매수인의 미지급 중도금·잔금 지급 의무가 동시이행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계좌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장 사본은 대금 지급을 위한 준비에 그칠 뿐, 그 자체로 적법한 이행제공은 아닙니다. 따라서 실제 지급이나 적법한 이행제공이 없었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이 사례처럼 해제가 적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장 잔액 증명과 실제 지급은 다릅니다.
참고: 민법 제536조, 민법 제544조, 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다24557 판결,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다49525 판결,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다328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