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에서 수국을 재배하는 이정호 씨는 연동형 비닐하우스에 쓰려고 동네 농자재점에서 새봄비료가 만든 유기질비료를 샀습니다. 포장지에는 발효가스가 약 2주 발생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지만, 비료를 뿌린 뒤 냄새가 6주 가까이 이어졌고 수국이 잇따라 시들어 피해액이 1,800만 원가량으로 불어났습니다. 이 씨가 판매점에 책임을 묻기 전에 가게가 폐업하자, 이제는 제조사에 직접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고민입니다.
판매점이 폐업했더라도 비료 제조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경우 제조업자의 배상책임을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의 비료 자체에만 생긴 손해는 제외되므로, 작물 피해처럼 제조물 밖의 손해가 발생했는지 살펴야 합니다.
제품이 정상적으로 쓰이던 중 사고가 났고, 제조사가 제품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제조사의 지배 영역에서 사고가 났다는 점과 통상 과실 없이 일어나기 어려운 사고라는 점을 증명해 결함을 추정받을 수 있습니다. 또 위험을 줄일 설명이나 경고가 부족했는지는 제품의 특성, 사용 방식, 예상 위험과 회피 가능성 등을 함께 보아 판단합니다.
비료 발효가스가 표시된 기간보다 훨씬 오래 발생해 작물을 해친 사례에서는, 사용자가 포장지의 사용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은 사정만으로 비정상 사용이라고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제조물의 표시상 결함과 제조사 책임을 인정할 수 있지만, 사용자에게도 잘못이 있다면 배상액을 정할 때 이를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판매점 폐업만으로 제조사 청구가 막히지는 않지만, 결함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자료가 중요합니다.
참고: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1항;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16771 판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다52287 판결;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3136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