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충북 가람군에서 과수원 420㎡를 산 이 씨는 매매계약은 본인 이름으로 했지만, 사정이 있어 친구 정 씨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습니다. 최근 이 땅을 팔려고 중개사 김 대표와 등기부를 확인했더니 여전히 정 씨 소유로 돼 있었고, 정 씨는 “내 명의로 된 땅이니 등기 협조는 못 한다”고 버텼습니다. 매도인 최 씨는 당시 계약서와 대금을 받은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명의신탁 약정과 정 씨 명의 등기가 무효라면, 이 씨는 누구를 상대로 어떤 절차를 밟아야 과수원 소유권을 등기할 수 있을까요?
먼저 계약 당사자가 누구였는지가 중요합니다. 매매계약은 이 씨와 최 씨가 맺고, 정 씨는 등기 명의만 빌려준 경우라면 3자간등기명의신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정 씨 이름이 적혔더라도 계약의 효과를 이 씨에게 귀속시키려는 사정이 드러나면 계약 당사자는 이 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2799 판결).
이 유형에서는 유예기간이 지난 뒤 명의신탁 약정과 정 씨 명의 등기가 무효가 되더라도, 이 씨와 최 씨 사이의 매매계약까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 씨는 최 씨에게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고, 그 권리를 보전하기 위해 최 씨를 대위해 정 씨에게 무효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49209 판결). 정 씨에게 곧바로 소유권이전등기만 요구하기보다, 최 씨를 상대로 한 이전등기 청구와 정 씨 명의 등기 말소 절차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다만 정 씨가 이미 제3자에게 소유권을 넘겼다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법은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를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하므로, 제3자가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는지와 관계없이 과수원을 되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 명의수탁자가 유예기간이 지난 뒤 이 씨에게 직접 등기해 준 경우에는 별도의 판단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실제 등기 경위도 확인해야 합니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6764 판결).
참고: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3항;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2799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49209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676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