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오래된 상가를 4억 2천만 원에 사기로 한 임차인 출신 매수인 박 씨는 계약금 4,2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계약서에는 박 씨가 계약을 어기면 계약금이 매도인 최 씨에게 귀속되고, 최 씨가 계약을 어기면 받은 돈과 법정이자를 돌려준다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박 씨가 카페를 열 계획이라고 알고 있던 최 씨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다른 매수인에게 건물을 팔겠다며 계약을 거부하자, 박 씨는 인테리어 설계와 건물 점검에 쓴 비용도 청구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매도인이 계약을 위반해 계약이 해제되면, 매수인은 받은 돈과 법정이자 외에 입증한 손해도 청구할 수 있을까요?
계약서에 매도인 쪽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한 조항이 없고 매수인 쪽에만 계약금 귀속 조항이 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계약 내용이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수인은 실제 손해를 입증해 일반적인 채무불이행에 따른 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도인이 계약을 어겼을 때 받은 돈과 법정이자를 돌려주도록 한 문구는 우선 원상회복의 범위를 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문구만으로 매도인의 별도 손해배상 책임까지 면제하거나 제한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박 씨는 지급한 매매대금 전액과 받은 날부터 돌려받는 날까지의 법정이자를 청구하면서, 계약 해제로 발생한 손해도 그 사실과 액수를 입증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설계·점검 비용 같은 지출은 모두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그 지출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고, 통상적인 범위의 비용이며, 배상액이 이행이익의 한도를 넘지 않는지 살펴야 합니다. 계약금과 이자 반환이 손해배상의 전부라고 미리 단정하지 말고, 별도 손해는 발생 경위와 증거를 갖춰 청구해야 합니다.
참고: 대법원 2000. 9. 22. 선고 99다53759, 53766 판결;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2176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