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외곽의 땅을 친구 한도윤에게 명의신탁한 윤서진은 그 위에 작은 작업장을 짓고 계속 사용했습니다. 도윤은 이 사정을 알고 있던 사촌 장태수에게 땅을 차용금 담보로 제공했고, 태수는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냈습니다. 도윤이 첫 변론기일에 청구를 인낙해 태수 앞으로 등기가 넘어간 뒤, 태수는 작업장을 쓰는 서진에게 토지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청구했습니다.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담보를 받은 사람이 인낙조서로 등기를 넘겨받았다면, 토지 사용료까지 청구할 수 있을까요?
민법은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할 때 신의에 따라 성실해야 하며, 권리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명의수탁자로부터 신탁재산을 취득한 제3자는 원칙적으로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는지와 관계없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지만, 그 권리 행사가 신의칙에 어긋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면 허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불법행위를 통해 인낙조서를 만들고, 제3자가 그 불법행위에 적극 가담해 토지를 취득한 경우를 판단했습니다. 이런 사정이 인정되면 제3자가 소유자라는 점을 내세워 명의신탁자에게 토지 사용이익을 돌려달라고 하는 청구는 권리남용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진은 태수가 도윤의 불법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는 점을 입증해 부당이득반환청구에 항변할 수 있지만,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청구가 배척되는 것은 아닙니다.
별도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8조의 특례가 적용되는 명의신탁에서는 제3자가 명의수탁자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법리는 담보권 설정계약에도 적용될 수 있으므로, 해당 특례가 적용되는 유형인지와 적극 가담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참고: 민법 제2조; 대법원 2001. 5. 8. 선고 2000다43284, 43291, 43307 판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8조;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8287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