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는 서하늘 씨는 새봄은행에 3,000만 원의 예금을 두고, 별도로 8,000만 원을 빌렸습니다. 거래처 강민재 씨가 미수금을 받기 위해 예금채권을 가압류하자, 은행은 하늘 씨의 신용이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보고 대출약정에 따라 대출금의 기한이익이 상실됐다며 예금과 대출금을 상계했습니다. 이후 강 씨는 집행권원을 얻어 예금채권에 압류·추심명령을 받고 은행에 추심금을 청구했습니다.
은행이 가압류 뒤 예금을 대출금과 상계했는데, 채권자인 강 씨가 은행에서 돈을 받아낼 수 있을까요?
제3채무자인 은행이 상계로 압류채권자에게 맞서려면, 압류 효력이 생길 때 두 채권이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은행의 대출채권이 아직 변제기에 이르지 않았다면, 그 변제기가 압류된 예금채권의 변제기와 동시에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해야 합니다.
이 사안처럼 적용되는 여신거래약관에 예금 가압류와 신용악화 우려가 기한이익 상실 사유로 정해져 있고, 약관에 따라 가압류결정 발송 시 대출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했다면 은행은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 씨가 추심금 소송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2016년 10월경 가압류를 기한이익 상실 사유에서 제외하는 표준약관 개정안을 내놓은 점 등을 고려하면, 해당 약관 조항이 불공정해 무효라고 다툴 여지는 있습니다. 결국 약관의 내용과 적용 시점, 각 채권의 변제기 관계를 따져야 합니다.
참고: 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1다45521 전원합의체 판결; 약관규제법 제11조 제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