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에서 건물 뒤편 증축 공간을 빌린 임차인 한 씨는 임대인 이 씨에게 전세금 6,200만 원을 맡기고, 증축 부분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끝나면 전세권설정등기도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등기가 마무리된 뒤에도 이 씨는 전세권설정등기를 미룬 채, 나중에 다른 공간을 빌린 최 씨에게 건물 지분을 담보로 채권최고액 7,8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줬습니다. 경매가 시작되자 한 씨는 중개사 정 대표에게 “약속한 전세권도 없는데 제 보증금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전세권설정등기를 해주기로 한 임대인이 그 전에 다른 사람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면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을까요?
판례는 전세권설정 의무를 지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경우, 그 사실만으로 배임죄가 곧바로 성립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근저당권 설정 당시 건물의 가치와 먼저 설정된 담보권의 채권액 등을 따져, 전세권자가 보장받을 담보가치가 실제로 줄었는지 살펴야 합니다.
건물 가치가 기존 담보채권과 새 근저당권의 채권액을 감당하고도 전세금을 보호할 만큼 충분하다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담보가치가 부족해 한 씨가 경매에서 전세금 일부를 배당받지 못할 위험이 생겼다면, 이 씨에게 배임죄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약속 위반 여부뿐 아니라 근저당권 설정 당시의 가치와 채권액이 판단의 핵심입니다.
전세권 등기 전 근저당권이 설정됐더라도, 배임죄 성립은 담보가치가 훼손됐는지를 따져 판단합니다.
참고: 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510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