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다온군에서 창고를 운영하는 서 씨는 2000년, 이웃 윤 씨에게 창고 옆 자투리땅 70㎡를 텃밭과 트레일러 주차 공간으로 쓰도록 허락했습니다. 윤 씨는 2012년 담장 보수를 앞두고 서 씨에게 동의를 구하면서, 땅은 서 씨 소유이고 자신은 허락받아 쓰고 있다는 확인서에도 서명했습니다. 2022년, 윤 씨는 22년 동안 사용했으니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있다며 서 씨에게 소유권을 요구했고, 매매를 의뢰받은 중개사 김 대표는 오래 썼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해도 되는지 살펴보게 됐습니다.
오랫동안 땅을 사용했더라도, 소유자의 허락을 받아 썼다는 사정이 있으면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질 수 있을까요?
자주점유인지는 점유자의 마음속 생각만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점유를 시작한 원인과 그동안 드러난 객관적인 사정을 함께 봅니다. 애초에 소유권 없이 사용하도록 허락받은 것처럼 소유의 의사가 없는 권원으로 점유를 시작한 사실이 증명되면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점유자가 소유자라면 통상 하지 않을 행동을 했거나, 소유자라면 행사할 법한 권능을 행사하지 않은 사정도 판단 근거가 됩니다. 이 사례에서는 윤 씨가 서 씨에게 담장 보수 동의를 구하고, 땅이 서 씨 소유임을 확인하는 문서에 서명한 점이 소유자의 권리를 배제하고 자기 땅처럼 점유했다고 보기 어렵게 하는 객관적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사용 기간이 길다는 사실만으로 자주점유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점유의 시작과 경위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다31317 판결; 대법원 1998. 2. 24. 선고 96다54263 판결; 대법원 2000. 3. 24. 선고 99다5676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