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외곽의 2층 다가구주택에서 임차인 서윤아 씨는 보증금 6,000만 원에 방을 빌려 살았습니다. 겨울 새벽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1층 점포와 2층 주거공간을 포함한 건물 전체가 소실됐고, 소방 조사에서도 발화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집주인 한재민 씨가 건물 손실을 이유로 배상을 요구하자, 서 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합니다.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임차한 건물 전체가 불탔다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임대차가 끝나면 임차인은 목적물을 돌려주고 임대인은 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화재로 반환이 불가능해졌다면, 임차인은 화재가 자신의 책임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뿐 아니라 건물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수 있습니다. 발화 지점이 임차 공간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이 입증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건물에 딸린 전기배선처럼 임대인이 수리·관리할 부분의 하자가 화재 원인으로 확인된다면, 그 하자를 임차인이 미리 알기 어려웠던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을 수 있습니다. 또 임차인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배상 범위는 임차 공간에만 한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건물의 구조상 서로 불가분하게 연결된 부분까지 소실됐다면 그 손해도 문제될 수 있으며, 인정된 손해배상액은 보증금에서 공제·상계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물 전체가 탔다고 보증금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임차인이 주의의무 이행을 입증하지 못하고 손해액이 보증금에 이르면 반환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화재 원인과 임차인의 관리상 주의의무, 건물 구조 및 손해액에 따라 달라집니다.
참고: 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다36273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57351 판결; 대법원 2000. 7. 4. 선고 99다64384 판결; 대법원 1997. 12. 23. 선고 97다4150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