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춘천 외곽의 땅을 할아버지 윤태식 씨에게서 증여받은 열네 살 윤하린 씨는 소득이 없어 증여세 3,600만 원을 직접 낼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세금을 대신 납부하자, 세무서는 그 돈도 손녀에게 준 재산이라며 증여세를 추가로 부과했습니다. 하린 씨 측은 당시 미성년자였고 땅도 담보로 쓰기 어려웠으니 할아버지의 납부는 연대납부의무를 이행한 것이며, 과거의 비과세 관행에도 어긋난다고 다퉜습니다.
미성년 손녀 대신 할아버지가 낸 증여세를 별도의 증여로 보아 다시 과세할 수 있을까요?
법원은 미성년자이고 소득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납세 자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토지의 담보가치가 낮다는 사정만으로도 할아버지의 납부가 법에서 정한 연대납부책임의 이행이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과세 여부는 세금을 대신 납부한 때의 법령과 해석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법 개정 뒤에 할아버지가 세금을 대신 납부했고, 그 당시의 과세 해석에 따라 세금 상당액을 증여로 본 처분이 과거 관행을 거슬러 소급과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제시된 사정만으로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기는 어렵습니다.
참고: 상속세법 제29조의 2 제2항, 상속세법 시행령 제38조, 국세기본법 제18조 제3항, 서울고등법원 1997. 4. 30. 선고 96구45377 판결, 대법원 1997. 9. 5. 선고 97누7493 판결, 대법원 1996. 10. 29. 선고 96누9423 판결
세금 대납의 과세 여부는 원래 재산을 증여한 날이 아니라, 세금을 대신 납부한 때의 법령과 사정도 따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