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아파트에 살던 임차인 박은서는 계약이 끝난 뒤 보증금 8,000만 원을 돌려 달라고 했지만, 임대인 최민호는 새 세입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지급을 미뤘습니다. 박은서는 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집을 인도함과 동시에 보증금을 받으라는 판결을 확정받았고, 중개사 윤 대표에게 “경매를 신청하려면 먼저 이사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판결에 집을 인도하라는 내용이 함께 있어도, 보증금을 받기 위한 경매를 신청하기 전에 집을 비워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집을 넘겨주는 의무와 보증금을 돌려주는 의무는 서로 맞물려 있어, 법원이 두 의무를 동시에 이행하라는 판결을 할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의 일반 원칙만 보면 이런 판결을 집행할 때 채권자가 자신의 반대의무를 이행했거나 이행을 제공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청구소송의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으로 임차주택의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 그 이행 또는 이행 제공을 집행 개시의 요건으로 삼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임차주택에 건물뿐 아니라 그 부지도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임차인이 먼저 집을 비워야만 경매할 수 있다고 보면 건물과 땅의 경매가 나뉘어 보증금 회수를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박은서는 판결에 따라 먼저 집을 인도하지 않았더라도, 요건을 갖춰 임차주택과 그 부지에 대한 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새 세입자가 없다는 임대인의 사정만으로 보증금 반환을 미룰 수는 없고, 경매 신청 전에 반드시 먼저 이사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참고: 「민사집행법」 제41조 제1항,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1항, 대법원 2000. 3. 15.자 99마4499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