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작은 상가를 짓던 건축주 서윤 씨는 시공자 태호 씨와 총 2억 4천만 원에 계약하고, 공사가 25%씩 진행될 때마다 공사대금의 25%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서윤 씨는 첫 단계 대금만 지급했지만, 태호 씨가 공사를 늦추다 전체 공정의 약 75%가 진행된 시점에 공사를 포기했습니다. 기둥과 외벽은 올라간 상태였고, 서윤 씨는 다른 시공팀을 불러 나머지 공사를 마친 뒤 태호 씨에게는 더는 돈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공사가 끝나지 않았고 지연 손해도 생겼다면, 태호 씨는 이미 진행한 공사분의 대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공정에 따라 대금을 나눠 주기로 약정했다면, 시공자가 상당한 공사를 한 뒤 나머지 공사를 중단했더라도 이미 진행한 공사분에 대해 발생한 약정보수채권이 공사 미완성만으로 당연히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봤습니다. 건축주가 현장을 넘겨받아 다른 시공자와 잔여 공사를 마쳤다는 사정만으로도 이미 발생한 대금 지급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계약이 해제되거나 시공자가 이미 발생한 보수채권을 포기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달리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윤 씨는 태호 씨가 실제로 진행한 공사분에 관해 이미 지급한 금액을 빼고 약정에 따라 발생한 대금을 지급해야 할 수 있습니다. 공사 지연이나 중단으로 서윤 씨에게 손해가 생겼고 태호 씨가 그 손해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 서윤 씨는 그 손해에 대해 별도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공사 중단만으로 기성 부분의 대금채권이 자동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대법원 1985. 5. 28. 선고 84다카85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