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의 임야를 매수한 한 씨는 계약 전 현장을 둘러보며 기존에 있던 봉분 한 기만 확인했습니다. 소유권이 넘어간 뒤, 매도인 윤 씨가 부친 묘 옆에 모친을 모시고 쌍분 형태의 묘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새 봉분 때문에 산길 정비 계획도 틀어진 한 씨는 중개사 강 대표와 시청 담당자에게 차례로 방법을 물었습니다.
기존 묘에 분묘기지권이 있더라도, 그 옆에 새로 만든 묘까지 이장하도록 요구할 수 있을까요?
분묘기지권은 묘를 돌보고 제사를 지내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남의 땅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았거나, 승낙 없이 묘를 설치한 뒤 20년간 평온하고 공연하게 점유한 경우, 또는 자기 땅에 묘를 쓴 뒤 묘를 옮긴다는 약정 없이 땅을 판 경우 등에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권리 범위는 주변 사정에 따라 따져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기존 묘의 분묘기지권이 새 묘를 추가로 설치할 권리까지 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먼저 묻힌 배우자 묘 옆에 쌍분으로 새 묘를 두는 경우뿐 아니라, 한 봉분에 합장하는 경우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판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새 묘가 기존 묘의 권리 범위 안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추가 설치가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한 씨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청구해 묘의 철거를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장 절차를 이용하려면,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된 묘인지 등을 확인하고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법에서 정한 대로 3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해 설치자 또는 연고자에게 미리 알리는 절차도 필요합니다. 새 묘를 옮길 수 있는지는 기존 묘의 권리 범위와 별개로, 설치 경위와 법정 절차를 확인해 판단해야 합니다.
참고: 대법원 1994. 12. 23. 선고 94다15530 판결, 대법원 2000. 9. 26. 선고 99다14006 판결, 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다14036 판결, 대법원 1967. 10. 12. 선고 67다1920 판결,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84423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다16885 판결, 대법원 1997. 5. 23. 선고 95다29086, 29093 판결,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8367 판결,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제2항, 민법 제214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