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작은 빵집을 운영하던 장유리 씨는 오래된 기름보일러 대신 도시가스보일러를 설치하는 데 620만 원을 썼습니다. 임대인 강민호 씨는 보일러 설치 뒤 빵집 건물을 문태식 씨에게 팔았고, 임대차가 끝나는 날 장 씨가 가게를 비우기로 했습니다. 계약 만료 후 장 씨가 설치비를 정산하기 전에는 열쇠를 넘길 수 없다고 하자, 강 씨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임차인이 자기 영업 편의를 위해 설치한 보일러 비용은 새 건물주가 내야 할까요, 아니면 매도한 임대인이 부담해야 할까요?
민법 제626조는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을 위해 쓴 필요비와, 임차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쓴 유익비의 상환을 정하고 있습니다. 보일러 설치가 건물의 객관적 가치를 높였고 그 가치가 임대차 종료 때도 남아 있다면, 설치비는 유익비로 볼 수 있습니다. 유익비는 임차인의 편의를 위한 지출이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건물 가치가 실제로 증가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사례처럼 보일러 설치 뒤 매매가 이뤄졌다면, 그로 인한 가치 상승분이 매매대금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그 이익을 매매대금으로 얻은 매도인인 임대인이 유익비를 상환할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상환액은 임차인이 쓴 비용 또는 임대차 종료 때 남아 있는 가치 증가액을 기준으로 살펴보며, 설치비 620만 원 전액이 언제나 그대로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매수인이 비용 부담을 따로 약정하지 않았다면, 보일러 설치비 정산 문제는 매도인인 종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 민법 제626조; 대법원 1993. 10. 8. 선고 93다25738, 25745 판결; 대법원 1990. 2. 23. 선고 88다카32425, 3243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