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오래된 상가건물 주인 한 씨는 대지 소유자와 토지 사용 계약을 맺지 않은 채 건물을 사용해 왔고, 카페를 운영하려는 윤 씨에게 건물 전세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얼마 뒤 대지 소유자 장 씨가 건물 앞에서 윤 씨에게 철거를 요구하는 서류를 건넸고, 윤 씨는 전세권이 있으니 건물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맞섰습니다.
건물 전세권자는 민법 제304조를 근거로 토지 소유자의 철거 요구를 막을 수 있을까요?
민법 제304조는 타인의 토지 위에 있는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경우, 건물 소유자가 이미 보유한 지상권이나 임차권 같은 토지사용권의 효력이 전세권에도 미치도록 합니다. 또 전세권 설정자가 전세권자의 동의 없이 그 토지사용권을 없애거나 전세권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하지 못하게 합니다. 다만 이 규정이 건물 소유자에게 없던 토지사용권을 새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제304조 제2항이 전세권 설정자의 임의적인 포기나 기간 단축 등으로 전세권자의 지위를 해치는 행위를 막는 취지라고 보았습니다. 법률이 정한 사유로 토지사용권이 소멸하는 것까지 막거나, 토지 소유자가 법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한 씨에게 애초에 대지 사용권이 없었다면 윤 씨는 제304조만으로 장 씨의 철거 요구에 대항하기 어렵습니다. 건물 전세권은 존재하지 않던 토지사용권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참고: 민법 제304조,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다4380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