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산동에 사는 이 씨는 남편 정 씨에게 부탁해 은행에서 자신 명의로 4,500만 원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했습니다. 정 씨가 은행 창구에 이 씨의 신분증 사본과 예금거래신청서를 내자, 은행은 이 씨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고 통장도 발급했습니다. 만기가 가까워지자 정 씨는 자신이 돈을 마련했다며 예금 반환을 요구했고, 은행은 통장에 적힌 이 씨에게 지급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계좌를 만든 돈은 남편이 냈더라도,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아내일까요?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고 그 사람을 예금주로 계약서류를 작성했다면, 원칙적으로 예금명의자가 계약 당사자입니다. 돈을 낸 사람이 따로 있다는 사정만으로 예금주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금융기관과 돈을 낸 사람 사이에 예금명의자의 권리를 배제하고 돈을 낸 사람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주기로 했다는 명확한 합의가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 합의는 계약서류의 증명력을 뒤집을 만큼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로 엄격하게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는 이 씨의 뜻에 따라 이 씨 명의로 실명확인과 서류 작성이 이루어졌으므로, 이 씨가 예금계약의 당사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예금 자금의 출처보다 계약서류와 금융기관·당사자 사이의 명확한 합의가 중요합니다.
참고: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