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마트공장 박람회를 앞둔 로봇업체 대표 윤서진은 모션웍스 대표 강태오에게 행사 35일 전까지 상영 영상을 완성해 달라고 의뢰했습니다. 영상의 방향을 정하는 시사회에는 윤 대표가 참석하기로 했지만, 사내 일정이 꼬이자 시사회 연기와 촬영 지연을 요청했고, 그 결과 계약한 내용의 영상을 행사 전에 완성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모션웍스는 자체 판단으로 대체 영상을 만들어 약속한 날 납품했지만, 윤 대표는 “원하던 영상이 아니다”라며 계약대금 1,800만 원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발주사가 제작에 필요한 협조를 하지 않아 약속한 결과물을 제때 만들 수 없게 됐다면, 제작사는 대체 영상을 납품하고 약정대금 전부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민법은 쌍무계약에서 한쪽 당사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대방의 채무 이행이 불가능해지면, 채무자가 상대방에게 약정한 대가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영상 제작처럼 발주사의 지시와 협조가 있어야 완성할 수 있는 계약에서는, 발주사가 협조를 거부해 계약 목적에 맞는 영상을 기한 안에 만들 수 없게 된 사정이 중요합니다. 특히 행사 일정처럼 기한을 넘기면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제작사가 독자적으로 성의껏 만든 영상이 발주사의 의도와 달라도, 발주사의 협조 거부 때문에 당초 약속한 제작이 불가능해진 것이라면 약정대금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실제 분쟁에서는 계약상 협조 의무와 기한의 중요성, 발주사의 협조 거부가 납품 실패의 원인이었는지, 제작사가 대체 영상을 성실히 만들고 납품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발주사의 책임 있는 협조 거부로 정기적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해졌다면, 제작사는 약정대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참고: 민법 제538조 제1항 제1문, 대법원 1996. 7. 9. 선고 96다14364, 1437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