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의 한 임야는 고(故) 박영수 씨가 생전에 사들여 집안 묘역으로 관리해 온 곳입니다. 박 씨의 손자 박준호 씨는 중환자실에 있는 아버지가 그곳에 묻히길 원한다고 친척들에게 알렸지만, 사촌 박민석 씨는 “장손인 우리 형제만 쓸 수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등기부에는 박영수 씨 이름이 남아 있고, 집안은 오랫동안 그곳의 조상 묘를 돌봐 왔습니다.
조부가 마련한 임야라면 아버지의 분묘를 다른 친척의 반대에도 설치할 수 있을까요?
선조가 자기 사후의 분묘를 두려고 임야를 마련한 사정은, 그 땅을 장손 한 사람에게 물려주려 했다기보다 후손들이 함께 보존할 종산으로 삼으려 했다고 볼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임야가 공동선조를 중심으로 한 종중의 재산인지 살펴야 합니다.
다만 종중원이 종산을 함께 사용·수익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각자 분묘를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분묘 설치는 단순한 사용을 넘어 관습상 지상권과 유사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처분행위로 보므로, 종중 규약에 달리 정한 내용이 없다면 종중총회의 결의가 필요합니다. 규약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경우에는 종원의 과반수가 참석하고, 참석한 종중원 과반수가 찬성하는 방식으로 결정합니다.
결국 박준호 씨 아버지의 분묘 설치 여부는 사촌의 단독 판단이 아니라 종중의 적법한 결의로 정해집니다.
참고: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다43693 판결, 민법 제275조 제2항, 제276조 제1항, 대법원 1967. 7. 18. 선고 66다1600 판결, 2007. 6. 28. 선고 2007다1688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