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의 꽃집을 보증금 2천만 원, 월세 110만 원에 임대한 한 씨는 가게를 인도할 때 배수관 안에 공사 잔재가 남아 있는 줄 몰랐습니다. 개업 날 임차인 윤 씨가 작업대 싱크대에 물을 틀자 오수가 바닥으로 역류했고, 배관업자는 막힘이 계약 전부터 이어진 흔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약을 연결한 중개사 박 대표 앞에서 한 씨는 자신도 몰랐던 하자이니 임차인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임대인이 몰랐던 하자가 인도 당시부터 있었더라도, 임대인이 수선해야 할까요?
민법 제623조에 따라 임대인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계약 목적에 맞게 사용하고 수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계약 기간 중 새로 생긴 하자에만 한정되지 않아, 인도 당시 이미 존재하던 하자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그 하자를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수선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자가 임차인이 별다른 비용 없이 쉽게 고칠 수 있고 사용·수익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 사소하다면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치지 않으면 계약 목적에 맞게 사용하기 어려운 정도라면 수선의무가 문제됩니다. 하자가 언제 생겼는지뿐 아니라, 사용을 얼마나 방해하는지가 판단의 핵심입니다.
참고: 민법 제623조;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34708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7405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6. 20. 선고 2014나1360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