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솔내마을에서 오래된 주택을 물려받은 이 씨는 집 앞의 좁은 길로 농기계와 차량을 오가며 살아왔습니다. 1982년 이 씨의 아버지가 집에 드나들기 위해 이웃 최 씨 땅 일부를 다져 길을 냈고, 그 길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상태로 40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최 씨가 최근 경계에 담장을 세우면서 길이 막혀 이 씨는 농기계조차 집 앞까지 들이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 씨는 오랫동안 이용한 길을 계속 통행할 권리를 주장하고 담장 철거를 요구할 수 있을까요?
민법은 한 토지를 다른 토지의 편익을 위해 이용하는 권리로 지역권을 정하고, 계속되고 외부에서 드러나는 지역권에 대해서는 취득시효 규정을 준용합니다. 따라서 이 씨나 그 선대가 집에 드나들기 위해 직접 길을 내고, 그 길을 20년 넘게 평온하고 공개적으로 사용해 왔다면 통행지역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지나 다녔다는 사실만으로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길을 낸 사람의 행위와 통행로의 외관 등 객관적인 이용 상태가 중요하며, 이웃 간 호의로 통행을 묵인한 정도라면 시효취득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요건을 갖췄다면 도로로 사용한 부분에 대한 지역권 설정등기 절차를 청구하거나, 그 권리를 침해하는 담장의 철거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오래 다녔다’가 아니라 ‘길을 내어 20년 이상 계속·공연하게 이용했는가’입니다.
참고: 민법 제291조, 민법 제245조 제1항, 민법 제294조, 대법원 1966. 9. 6. 선고 65다2305, 2306 판결, 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다15167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4939, 7494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