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외곽 공장 임대차를 중개한 서 대표는 입주업체 대표 한 씨가 포장실 크기에 맞춘 과일 선별·포장라인을 기계업체 대표 최 씨에게 1억 2천만 원에 주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계약서에는 시간당 2,000상자 처리와 시험가동 합격 후 잔금 지급이 적혀 있었지만, 설치 뒤 한 씨는 처리량이 부족하다며 인수를 거절했고 최 씨는 계약 사양대로 만들었다며 대금을 청구했습니다. 설치·인도 후 3년이 지난 시점에도 다툼이 이어지자, 한 씨는 성능 미달과 3년 시효를 함께 주장했고, 서 대표는 임대차 갱신 상담 중 설비 계약서와 시험 기록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맞춤 제작 설비의 성능이 다투어지고 3년이 지난 경우, 발주자는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까요?
주문자의 특정한 공간과 용도에 맞춰 다른 제품으로 쉽게 바꿀 수 없는 설비를 제작·설치했다면, 계약은 물건을 파는 성격뿐 아니라 완성된 일을 인도하는 도급의 성격도 가집니다. 이처럼 주문 제작된 설비의 대금채권에는 민법 제163조 제3호의 3년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어, 시효가 완성됐다면 발주자가 이를 주장해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에 ‘검사 합격 후 지급’이라고 적었다고 해서 합격 여부를 발주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검사 합격은 설비가 계약 내용에 맞게 제작됐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약정한 처리량을 충족하면 제작자는 대금을 청구할 수 있지만, 계약상 요구되는 수준에 상당히 미달한다면 일이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대금을 청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는 시험 기록과 계약 사양을 대조해 성능 미달 여부를 살피고, 별도로 시효가 완성됐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설비가 계약대로 완성됐는지와 3년 시효가 완성됐는지는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참고: 대법원 1996. 6. 28. 선고 94다42976 판결;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21862 판결; 대법원 2010.11.25, 선고, 2010다56685, 판결; 민법 제163조 제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