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는 정 씨는 거래처에 갚을 돈을 마련하려고 서 씨에게 여러 차례 돈을 빌렸습니다. 서 씨는 상환 일정을 정한 공정증서를 만들고 보증인을 세워 달라고 했고, 정 씨의 대학 동창 윤 씨는 새로 돈을 빌리는 계약인 줄 알고 공정증서에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했습니다. 뒤늦게 그 문서가 이미 빌린 돈을 정리한 준소비대차계약이라는 사실을 안 윤 씨는 보증을 취소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존에 빌린 돈을 정리한 공정증서인 줄 몰랐다는 이유로 연대보증을 취소할 수 있을까요?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려면, 착오가 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 여부는 당사자가 원한 목적을 고려해 볼 때 계약서에 표시된 내용과 실제 의사 사이의 차이가 객관적으로 뚜렷한지, 그 착오로 경제적 불이익을 입었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판단합니다.
이 사례에서 윤 씨는 정 씨가 서 씨에게 갚아야 할 같은 금액의 빚을 연대보증할 의사가 있었습니다. 그 돈이 공정증서 작성 뒤 새로 건네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채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점을 몰랐더라도, 소비대차와 준소비대차의 법률효과는 같으므로 그 차이만으로 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 착오로 윤 씨가 추가적인 경제적 불이익을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제시된 사정만으로는 착오나 기망을 이유로 연대보증을 취소할 수 없고, 윤 씨는 보증채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문서의 제목이나 작성 경위보다, 실제로 무엇을 보증하기로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참고: 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다47924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다4145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