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외곽의 오래된 다세대주택에 살던 임차인 이 씨가 겨울밤 보일러에서 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졌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보일러 배기 연통의 이음 부분이 벌어져 가스가 방으로 스며든 정황이 드러났지만, 임대인 한 씨는 “세입자가 직접 관리하던 집”이라며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계약을 중개한 김 대표도 뒤늦게 현장을 확인하고, 하자 보수와 형사책임이 어떻게 나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임차인이 주택의 하자로 숨진 경우, 임대인에게 민사상 손해배상과 형사상 책임을 모두 물을 수 있을까요?
민법 제758조 제1항은 건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가 생기면, 우선 점유자가 책임지고 필요한 주의를 다했다면 소유자가 책임지는 구조를 둡니다. 다만 피해자가 그 건물의 임차인처럼 직접 점유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임대인의 책임이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임차인이 건물의 하자로 피해를 입었다면 소유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임차인이 하자를 알면서도 보수를 요구하지 않는 등 과실이 인정되면 배상액을 정할 때 고려될 수 있습니다. 민사책임은 하자의 존재와 사고 사이의 관련성이 핵심입니다.
형사책임은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임대인의 과실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선이 대규모 공사에 해당하는지, 집의 구조와 노후 정도는 어떠했는지,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위험을 알았거나 발견할 수 있었는지, 보수 요청이 있었는지와 임대인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판례는 임차인의 통상적인 수선·관리 범위에 속하는 작은 하자라면, 그로 인해 사망 사고가 났더라도 임대인의 형사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망 결과만으로 형사책임이 자동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 씨의 사고도 민사상 책임과 형사상 과실을 나누어, 연통 하자의 원인·규모와 위험을 알 수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 민법 제758조 제1항, 대법원 1993. 2. 9. 선고 92다31668 판결, 대법원 1993. 9. 10. 선고 93도196 판결, 대법원 1986. 7. 8. 선고 86도38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