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서 소규모 직물공장을 운영하는 박 씨는 설비업자 이 씨에게서 중고 직기 5대를 사들였습니다. 이 씨는 매매계약 직후 연락이 끊겼고, 직기를 새 공장으로 옮겨 가동을 시작한 지 며칠 뒤 최 씨가 찾아와 “이 직기는 이 씨의 빚을 담보로 넘겨받은 물건”이라며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박 씨는 매입 당시 이 씨의 매입 서류를 확인했고, 담보 설정 사실을 알리는 표식이나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박 씨는 직기를 담보로 잡았다는 최 씨의 반환 요구에 맞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동산은 물건을 실제로 건네는 방식뿐 아니라, 당사자끼리 합의해 양도인이 계속 들고 있는 방식으로도 인도될 수 있습니다. 이를 점유개정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직기가 이 씨의 공장에 그대로 놓여 있었더라도, 이 씨와 최 씨가 점유개정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했다면 최 씨는 대외적으로 담보목적물의 소유자처럼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박 씨가 직기를 평온·공연하게 인도받고, 양도담보 사실을 몰랐으며 몰랐던 데 과실도 없다면 민법상 선의취득을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 요건을 갖추면 담보의 부담이 없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어, 최 씨의 반환 청구에 대항할 수 있습니다. 관련 판례는 강제집행 절차에서 동산을 매수해 인도받은 경우에도 선의취득이 성립할 수 있고, 그 결과 양도담보권자가 소유권을 잃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그 판례의 사실관계가 박 씨의 매매와 완전히 같다는 뜻은 아니므로, 매수 당시의 인식과 확인 과정이 중요합니다.
담보 사실을 몰랐다는 말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선의와 무과실을 뒷받침할 사정이 필요합니다.
참고: 민법 제188조 제1항, 민법 제189조, 민법 제249조; 대법원 2000. 6. 23. 선고 99다65066 판결;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도4263 판결; 대법원 1997. 6. 27. 선고 96다5133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