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전북 다온군에서 작은 과수원을 일구는 한서윤 씨는 아버지 고 이정호 씨가 박민재 씨의 조부에게서 산 산자락 밭을 물려받아 27년째 관리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박 씨가 임야대장과 등기부에 조부 이름이 남아 있다며 밭을 비워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아버지의 매매계약서를 찾지 못한 서윤 씨는 밭 입구에서 박 씨와 마주한 뒤, 중개사 김 대표에게 대처 방법을 물었습니다.
아버지에게서 점유를 이어받아 20년 넘게 밭을 관리했다면, 서윤 씨는 등기명의인의 상속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부동산을 매매했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았다면 매수만으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20년간 점유한 사람은 등기를 청구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86조, 제245조 제1항).
등기명의자가 취득시효 기간 내내 동일하다면, 점유를 시작한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더라도 기간이 지났다는 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선 점유자의 기간을 합산하는 때에도 일정한 요건 아래 그 점유가 시작된 뒤의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윤 씨는 아버지의 점유와 자신의 점유가 끊기지 않고 이어졌는지, 그리고 점유가 소유자의 의사에 따른 점유였는지를 자료와 정황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상속으로 점유를 이어받았다고 해서 점유의 성격이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선대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였다면 상속인의 점유도 원칙적으로 그 성격을 이어받을 수 있으므로, 새로운 권원이나 소유 의사를 표시한 사정이 있었는지 살펴야 합니다.
아버지의 매매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매매를 원인으로 등기를 청구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목적물을 인도받아 계속 점유한 경우에는 매도인에 대한 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매매 입증이 어렵다면 취득시효를 원인으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효가 완성됐더라도 등기하기 전에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그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처분 우려가 있다면 처분금지가처분 등 보전조치와 소송을 서둘러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랜 점유만으로 자동으로 소유자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점유의 성격과 등기 변동을 확인하고 신속히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참고: 민법 제186조, 민법 제245조 제1항, 대법원 1998. 5. 12. 선고 97다8496, 8502 판결, 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34866, 34873 판결, 대법원 1976. 11. 6. 선고 76다148 판결, 대법원 1997. 4. 25. 선고 97다6186 판결, 대법원 1998. 7. 10. 선고 97다45402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다1236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