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아파트를 빌려 살던 임차인 서 씨는 임대인 한 씨에게서 1억 2천만 원을 빌린 뒤, 보증금 2억 4천만 원으로 전세계약을 맺고 전세권 등기까지 했습니다. 이후 서 씨는 추가로 돈을 빌리면서 전세권에 저당권을 설정해 주었고, 계약이 끝난 뒤에도 한 씨에게 빌린 돈과 새 채권자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했습니다. 한 씨는 자신이 받을 대여금과 돌려줄 보증금을 맞바꾸겠다고 주장했고, 새 채권자는 전세금 반환채권을 통해 먼저 변제받겠다고 나섰습니다.
전세권에 저당권이 설정된 뒤에도, 임대인은 먼저 빌려준 돈을 보증금과 상계할 수 있을까요?
민법은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가 있고 둘 다 이행기가 되면 원칙적으로 상계를 허용하지만, 제3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하게 하는 한계도 둡니다. 전세권저당권자가 전세금 반환채권에 물상대위권을 행사하면, 보통은 전세권 설정자가 임차인에게 받을 돈이 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저당권자에게 상계로 맞설 수 없습니다.
다만 임대인의 대여금 채권이 전세권저당권 설정 전에 이미 생겼고, 그 변제기가 전세금 반환채권의 변제기보다 먼저 도래하는 등 임대인에게 합리적인 기대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한 씨의 대여금은 저당권 설정 전에 발생했고 변제기도 보증금 반환 시점보다 앞서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한 씨는 그 대여금 범위에서 상계로 저당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대여금 채권이 언제 생겼고, 변제기가 언제였는지를 저당권 설정일 및 보증금 반환 시점과 대조하는 것입니다.
참고: 민법 제492조;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9167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