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고 박정호 씨는 강원도 솔내군의 작은 밭을 이선영 씨에게 구두로 증여했고, 선영 씨는 등기 없이 그 밭을 계속 일구었습니다. 박 씨가 세상을 떠난 뒤 상속인 박민재·박민서 씨는 2018년 새길개발과 매매계약을 맺고 가등기를 해주었으며, 회사에는 2020년 회생절차가 시작됐습니다. 이제 도로 사업으로 밭이 수용될 예정이라는 통지를 받은 선영 씨는 자신의 경작 기록과 가등기 사실을 확인하고 대응을 고민합니다.
20년 넘게 밭을 경작했는데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았다면, 수용 전에 어떤 청구를 해야 할까요?
구두 증여를 근거로 등기를 청구하려면 먼저 증여계약이 실제로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증거가 부족하다면, 20년 동안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20년이 지났다고 곧바로 소유자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등기를 마치기 전에는 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해야 합니다.
가등기는 장차 할 본등기의 순위를 보전하는 것이어서, 가등기만으로 상속인들의 처분권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본등기가 아직 없다면 상속인들을 상대로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개발회사가 가등기에 기초해 본등기까지 마치면, 취득시효가 그보다 먼저 완성됐더라도 등기하지 않은 점유자가 회사에 시효취득을 내세우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회사가 상속인들의 배임적 처분에 적극 가담했다면 본등기가 무효가 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회생회사 관리인을 상대로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수용으로 등기청구가 불가능해지는 경우에는 보상금 자체를 자신이 받을 사람이라고 확인해 달라고 청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요건을 갖추어 토지 소유자에게 공탁된 보상금 출급청구권의 양도를 청구하는 방식이 문제됩니다. 판례는 이를 위해 수용 등 이행불능이 되기 전에 등기명의자에게 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하거나 등기를 청구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수용 전이라면 상속인들을 상대로 취득시효에 따른 등기청구를 서둘러야 합니다.
참고: 민법 제245조;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4다43825 판결; 대법원 1995. 12. 5. 선고 95다4209 판결;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다3146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