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의 아파트에 살던 윤하늘 씨는 임대인 박정우 씨에게 보증금 1억 2천만 원을 돌려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자금 사정이 나빠진 박 씨는 답이 없었습니다. 다른 도시로 직장을 옮기게 된 하늘 씨는 전 직장 동료 정민호 씨와 통상적인 월세 조건으로 전대차계약을 맺었고, 민호 씨가 아파트에 들어와 주민등록을 마치자 하늘 씨는 짐을 빼고 퇴거했습니다.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대하고 직접 퇴거한 하늘 씨도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은 임차인이 집을 직접 점유하는 경우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점유를 통해 간접점유하는 경우에도 갖출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대인의 승낙을 받아 적법하게 전대했고 전차인이 집을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했다면, 임차인이 직접 살지 않더라도 임대차 사실이 공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임대인의 동의 없는 전대는 민법 제629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임대차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전대가 임대인에 대한 배신적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임대인이 동의 없는 전대만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임대인의 소재와 연락 가능성,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위, 임차인과 전차인의 관계, 전대 조건과 임대인의 이익 침해 여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합니다.
유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정을 살핀 뒤 배신적 행위가 아니라고 본 적이 있지만, 이를 모든 무단전대에 적용되는 일반 원칙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사안에서도 전대가 배신적 행위가 아니라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민호 씨의 점유와 주민등록을 통해 하늘 씨의 대항요건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참고: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55645 판결; 대법원 1988. 4. 25. 선고 87다카2509 판결; 대법원 1994. 6. 24. 선고 94다3155 판결; 대법원 1995. 6. 5.자 94마2134 결정; 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다24950 판결; 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5308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255 판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민법 제629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