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21평 아파트를 보증금 6,500만 원에 빌린 박 씨는 임대인 정 씨에게 “권리관계가 깨끗하다”는 말을 듣고 계약했습니다. 이사한 뒤 주민등록 전입신고까지 마쳤지만, 며칠 후 법원 경매 게시판에서 계약 전에 이미 매각허가결정이 내려진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경매 배당절차에서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박 씨는 중개사 윤 대표에게 임대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상담했습니다.
계약 전에 이미 매각허가가 난 집이라는 사실을 숨긴 임대인에게 보증금과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경매에서 배당을 받으려면 법원이 정한 배당요구 종기 등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박 씨처럼 임대차계약을 맺기 전에 이미 매각허가결정이 있었던 경우에는 경매대금에서 배당받을 수 없다고 본 사례입니다. 다만 보증금이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에게 일반채권자로서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거나, 고의로 경매 사실을 숨겨 손해를 입힌 데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경매 진행 사실을 알면서도 알리지 않은 경우에는 형사상 사기죄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데도, 고지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이를 숨기는 행위도 기망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임차인이 등기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가 당연히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아직 되지 않았더라도 사기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경매대금에서 배당받지 못하더라도, 임대인에 대한 민사상 청구와 형사책임 검토는 별도로 할 수 있습니다.
참고: 민사집행법 제84조 제1항, 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도3263 판결, 대법원 1974. 3. 12. 선고 74도16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