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에서 작은 빵집을 준비하던 민재는 업소용 냉동고를 구입하면서 어머니 은경에게 1,200만 원 한도의 연대보증을 부탁했습니다. 은경은 보증 서류를 처리한다는 회사 직원 준호에게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건넸지만, 준호는 이를 이용해 자신의 회사 채무 5,500만 원을 은경이 보증한다는 약속어음을 만들고, 즉시 강제집행에 동의하는 공정증서까지 받았습니다. 회사가 은경에게 5,500만 원 전부를 집행하겠다고 나서자, 은경은 어디까지가 자신이 동의한 책임인지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한도 보증을 위해 맡긴 인감으로 더 큰 금액의 약속어음과 공정증서가 만들어졌다면, 전액 집행을 막을 수 있을까요?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건넸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이 약속어음의 내용을 모두 승인했거나 즉시 강제집행에 동의할 권한까지 맡겼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일정 한도의 보증을 처리하게 한 경우, 그 권한을 넘어선 채무나 집행 동의까지 당연히 유효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제로 맡긴 권한의 범위 안에서 성립한 보증채무는 별도로 남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는 은경이 부담할 수 있는 1,200만 원과 그 초과액을 구분해야 합니다. 초과액에 대한 집행력을 다투려면 민사집행법 제154조 제2항에 따른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해 집행력을 일부 배제해 달라고 구할 수 있습니다. 인감의 보관을 맡긴 것과 강제집행까지 승낙한 것은 같은 뜻이 아닙니다.
참고: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다45303, 45310 판결; 민사집행법 제154조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