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던 날, 박 씨는 경기 외곽의 밭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 옆 공터에 설치된 배수펌프를 잠시 가동했습니다. 펌프를 설치한 한빛시공사는 며칠 뒤 사용료와 관리비를 청구했지만, 공터 소유자 윤 씨는 시공사와 설치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박 씨는 펌프를 쓴 만큼 비용을 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시공사가 설치한 펌프를 이용했다면, 시공사가 요구하는 비용을 지급해야 할까요?
민법 제227조에 따르면 토지의 물을 흘려보내기 위해 이웃 토지의 공작물을 이용한 경우, 이용자는 자신이 얻은 이익에 비례해 설치·보존 비용을 분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시설자는 단순히 펌프를 설치한 사람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 시설에 관해 정당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시공사가 펌프를 설치했더라도 인접 토지에 아무런 권리가 없다면, 시공사가 민법 제227조를 근거로 박 씨에게 비용을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설치한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민법 제227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0다1164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