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의 작은 재봉 작업장을 운영하는 윤 씨는 자재 납품업자 강 씨에게 물품대금 1,800만 원을 지급하려고 약속어음을 썼지만, 어음채권의 소멸시효가 지난 뒤에도 갚지 못했습니다. 강 씨는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을 근거로 작업장 안 재봉기와 작업대를 강제매각해 달라고 신청했고, 윤 씨는 집행 당일 현장에 나와 절차를 지켜봤습니다. 윤 씨가 별다른 이의를 말하지 않는 사이 매각대금 일부가 강 씨에게 교부되어 채무에 충당됐고, 뒤늦게 윤 씨가 시효를 주장하면서 다툼이 생겼습니다.
시효가 지난 어음으로 동산이 강제매각되고 그 대금까지 일부 갚는 데 쓰였다면, 윤 씨는 시효 이익을 포기한 걸까요?
대법원은 시효가 완성된 뒤 채무자가 액수에 다툼 없이 일부를 갚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 전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경우 채무자가 시효 완성 사실을 알고도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될 수 있습니다.
강제집행에서도 결론은 비슷합니다. 채무자가 절차를 알지 못했다는 사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고, 집행 과정에서 매각대금이 실제 채권자에게 교부되어 채무 일부에 충당된 사실까지 증명된다면 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원인채권의 소멸시효도 다시 진행하지만, 판결은 원인채권의 구체적인 시효 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한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단순히 집행에 항의하지 않았다는 점만이 아니라, 매각대금이 실제로 채권자에게 넘어가 일부변제에 쓰였다는 사실입니다.
참고: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634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