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한유진 씨는 이정호 씨에게 3,000만 원을 빌리며 상가에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한 씨가 빚을 모두 갚았지만 두 사람은 근저당등기를 말소하지 않았고, 그 사이 한 씨는 윤태식 씨에게 새로 돈을 빌리며 같은 상가에 후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얼마 뒤 한 씨가 이 씨에게 다시 3,000만 원을 빌리면서 예전 근저당등기를 이용하기로 하자, 중개사 김서준 씨는 등기부에 먼저 올라온 윤 씨의 권리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미 갚아 효력이 사라진 근저당등기를 새 대출 담보로 다시 이용할 수 있을까요?
근저당권으로 담보한 빚을 전부 갚으면 그 근저당권도 소멸하므로, 등기는 말소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당사자끼리 종전 등기를 새 대출의 담보로 쓰기로 합의할 수는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합의 전에 다른 사람이 등기부상 이해관계를 취득했는지입니다. 그런 제3자가 생기기 전에 합의했다면 등기 재사용이 인정될 수 있지만, 먼저 권리를 얻은 제3자에게까지 그 합의의 효력을 내세울 수는 없습니다.
또한 등기가 무효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랫동안 말소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재사용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재사용하기로 한 의사가 드러나는 행동이나 별도의 사정이 필요합니다. 이 사례에서는 윤 씨가 새 근저당권을 취득한 뒤에야 한 씨와 이 씨가 재사용하기로 했으므로, 이 씨는 윤 씨에게 예전 근저당등기의 효력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재사용 합의의 시점과 그 전에 생긴 제3자의 권리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 민법 제369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6다72802 판결;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다50055 판결; 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다5624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