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오래된 상가를 두고 임차인 출신 투자자 이도현 씨가 매수자금을 댔지만, 매매계약은 명의수탁자 박서윤 씨가 매수인으로서 매도인과 직접 체결했습니다. 매도인은 두 사람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을 몰랐고, 박 씨는 채무가 불어나자 도현 씨가 지정한 가족에게 상가 소유권을 넘겼습니다. 박 씨의 채권자 강민재 씨는 재산을 빼돌린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취득한 경위에 따라, 제3자에게 넘긴 행위가 사해행위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까요?
핵심은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가 된 과정입니다.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모른 채 명의수탁자와 매매계약을 맺은 계약명의신탁이라면, 법률상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이때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매수자금 상당액을 돌려줄 의무를 부담하고, 부동산은 명의수탁자의 일반 채권자들이 함께 변제받을 수 있는 책임재산이 됩니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의 재산이 빚을 모두 갚기에 부족한 상황에서 명의신탁자나 그가 지정한 사람에게 부동산을 넘기면, 다른 채권자들의 이익을 해치는 사해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면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만 해둔 경우에는 법 제4조 제2항 본문에 따라 등기가 무효가 되고, 부동산은 명의수탁자의 재산이 아닙니다. 그래서 명의수탁자가 이를 제3자에게 넘겨도 원칙적으로 명의수탁자의 책임재산을 줄인 것으로 볼 수 없어 사해행위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명의수탁자의 일반 채권자는 법 제4조 제3항에서 말하는, 명의수탁자와 새로 직접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은 봅니다.
등기 명의만 보지 말고, 누가 매매계약을 맺었고 매도인이 명의신탁을 알고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 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2다66922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다74874 판결;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55069 판결; 대법원 2000. 3. 28. 선고 99다56529 판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단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본문;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3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