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상무지구의 작은 상가를 사기로 한 강도윤 씨는 잔금일에 매도인 서미란 씨가 소유권이전 서류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강 씨는 잔금 8,400만 원이 들어 있는 계좌의 통장 사본을 보여주며 서 씨가 계약을 어겼으니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했고, 중개사 김 대표는 난감해졌습니다.
잔금이 준비됐다는 통장 사본만 보여줘도 매도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리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요?
매매처럼 서로의 의무를 맞바꾸는 계약에서는 상대방의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는 쪽도 자신의 의무를 실제로 이행할 준비를 갖추고, 상대방에게 그 뜻을 알린 뒤 이행을 받아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단지 준비가 됐다는 표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원은 매매대금이 계좌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장 사본은 잔금 지급의 준비에 그칠 뿐, 적법한 이행 제공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례처럼 통장 사본만 제시했다면, 그 사실만으로 매도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려 계약을 해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잔금이 준비됐다는 증거와 잔금을 실제로 이행 제공한 것은 다릅니다.
참고: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8다3053, 3060 판결;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다49525 판결; 부산지방법원 2010. 3. 31. 선고 2009가합17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