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아파트가 경매에 나오자 매수희망자 윤서진 씨는 매각물건명세서를 살폈습니다. 명세서에는 선순위 근저당권보다 먼저 대항력을 갖췄지만 확정일자는 없는 임차인 강태식 씨가 적혀 있었고, 매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이어받을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윤 씨가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된 뒤에야 임차인 강 씨가 소유자 강유진 씨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중개사 김 대표에게 가족관계를 적지 않은 것이 매각을 막을 사유인지 물었습니다.
임차인과 소유자가 가족이라는 사실을 매각물건명세서에 쓰지 않은 것만으로 매각이 불허될 수 있을까요?
매각물건명세서는 매수희망자가 물건의 현황과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매수 여부나 입찰가를 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따라서 작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지는 누락된 내용이 매수 결정이나 신고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 판단합니다.
임차인과 소유자가 가족이면 임대차가 가장된 것일 수 있다고 의심할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관계만으로 임대차가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고, 집행법원이 그런 추론의 근거까지 반드시 명세서에 적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가족관계를 적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통상 매각불허가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반면 임대차가 허위인 것으로 밝혀져 명세서에 허위 임대차가 기재된 경우라면, 중대한 하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핵심은 가족관계의 누락 자체가 아니라, 임대차가 실제인지와 그 누락이 매수 판단에 미친 영향입니다.
참고: 민사집행법 제105조, 민사집행법 제123조 제2항, 민사집행법 제121조 제5호, 1997. 10. 13. 선고 97마1612 판결, 1999. 11. 15. 선고 99마4498 판결, 대법원 2000. 1. 19.자 99마7804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