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도시 솔담시 외곽에서 윤서진 씨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땅의 등기부를 살피다, 일부가 오랫동안 배수로와 보행 통로로 쓰였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솔담시는 30여 년 전부터 해당 부분을 관리해 왔다며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했지만, 토지를 취득한 서류는 찾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다만 당시 땅이 여러 필지로 나뉘었고, 이웃한 일부 필지도 공공용으로 이용되거나 처분된 정황이 있었습니다.
지자체가 취득 서류를 내지 못해도 점유취득시효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점유를 시작한 권원이 분명하지 않으면 민법 제197조 제1항에 따라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추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한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지자체가 매매나 증여로 땅을 취득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소유 의사가 없는 점유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법원은 취득 서류가 있는지만 보지 않고 점유를 시작한 경위와 땅의 이용 형태, 등기상 소유자가 권리를 행사하려 했는지, 분할된 다른 땅은 어떻게 이용·처분됐는지 등을 함께 살핍니다. 그런 사정상 공공용 재산 취득 절차를 거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 지자체가 무단으로 점유했다고 보아 자주점유의 추정을 뒤집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서류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시효 주장이 배척되는 것은 아니며, 소유자 측이 반박할 자료를 내지 못하면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취득 서류의 부재만으로 지자체의 자주점유 추정이 깨지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민법 제197조 제1항; 대법원 2002. 2. 26. 선고 99다72743 판결; 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다28065 판결;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다3386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