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의 오래된 다세대주택에 보증금 1억 8천만 원으로 입주한 박 씨는 계약서에서 “건물수리는 입주자가 한다”는 문구를 확인했습니다. 몇 달 뒤 건물의 주 전기배선이 부식돼 차단기가 반복해서 내려갔고, 전기기사는 주요 배선과 분전반을 함께 교체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임대인 최 씨가 “계약서에 수리는 입주자 부담이라고 돼 있다”며 비용을 요구하자, 박 씨는 어디까지 부담해야 하는지 난감해졌습니다.
“건물수리는 입주자가 한다”는 특약이 있으면 주요 전기설비 교체비까지 임차인이 내야 할까요?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 동안 임차인이 집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임차주택을 수선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래서 보존에 필요한 수리비는 원칙적으로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필요비 상환을 포기하는 특약 자체는 유효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수선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채 “수리는 입주자가 한다”고만 썼다면, 보통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은 일상적으로 생길 수 있는 작은 파손의 수선에 그칩니다. 건물의 주요 부분을 손보거나 기본 설비를 교체하는 큰 수선까지 임차인 부담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취지입니다. 따라서 이 사례처럼 주요 전기배선과 분전반을 교체해야 하는 사정이라면, 그 비용은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특약 문구가 포괄적이라면, 대규모 수선까지 임차인 부담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참고: 민법 제626조 제1항, 민법 제623조, 민법 제652조,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9133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