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땅주인 최 씨는 중개사 김 대표의 소개로 시공업자 박 씨에게 대지 280㎡를 2억 4천만 원에 팔고, 잔금은 다세대주택을 지어 분양한 뒤 받기로 했습니다. 건축허가는 최 씨 명의로 받았고, 박 씨가 자기 비용과 인력으로 공사를 진행했지만 기둥·지붕·주벽을 갖춘 뒤 내부 마감공사를 남기고 부도가 났습니다. 최 씨는 공사를 마무리해 건물 보존등기를 마쳤고, 박 씨는 자신이 지은 건물이니 등기를 말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건축허가가 땅주인 명의이고 그가 공사를 마저 끝냈다면, 시공업자는 건물 등기의 말소를 요구할 수 있을까요?
건축허가는 건축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행정상 제한을 풀어 주는 처분이지, 허가받은 사람에게 건물 소유권을 주는 처분은 아닙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 명의로 허가를 받았더라도, 자기 비용과 노력으로 건물을 지은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소유권을 원시취득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사가 중단될 때 이미 기둥·지붕·주벽 등 독립된 건물로 볼 형태와 구조를 갖췄다면, 이후 다른 사람이 공사를 마무리해도 원래 건축주가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것이 판례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토지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시공업자가 그 대금을 담보하기 위해 토지주 명의로 건축허가를 받고 건물을 지은 경우라면, 건물 보존등기는 대금채권을 담보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시공업자가 건물을 먼저 취득했더라도 토지주 앞으로 보존등기가 마쳐지면 담보 목적 범위에서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보므로, 토지대금이 갚히지 않은 동안 시공업자가 등기 말소를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사자들이 분양대금에서 토지 잔금을 먼저 지급하기로 했다면, 그 잔금 지급은 담보채권의 변제 성격도 가집니다. 판례는 이런 약정에서 잔금 지급이 토지 소유권이전등기보다 먼저 이행되어야 할 의무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허가 명의만으로 소유자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지급 토지대금을 담보하는 등기라면 그 대금이 갚히기 전에는 말소를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참고: 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5다19415 판결;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16350 판결; 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다1976 판결; 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다47501 판결; 구 「부동산등기법」 제131조(현행 부동산등기법 제65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