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시의 가상 마을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박 씨는 9년 전 땅을 사들였고, 매실나무를 키우며 지내왔습니다. 매입 당시에도 농지 위로 전선이 지나고 있었지만 농사에 큰 불편이 없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현장을 함께 둘러본 중개사 김 대표가 전선 아래 공간을 살펴보자고 하자, 박 씨는 그동안 아무 말 없이 지낸 자신도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전선을 알고 땅을 샀고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더라도, 전선이 차지하는 상공에 대한 임료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판례는 땅을 농지로만 이용해 왔더라도, 고압전선이 지나가는 상공에 구분지상권을 설정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임료만큼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전선이 있는 사실을 알고 취득했거나 오랜 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권리를 포기했거나 전선 설치를 허용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판단은 발전소와 변전소 사이의 송전선뿐 아니라 변전소에서 수용가로 연결되는 배전선에도 적용됩니다.
임료 상당액을 산정할 때는 전선 바로 아래 면적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전선 아래 면적과 좌우 1m의 법정 이격거리 범위, 잔여 토지가 50㎡ 미만이어서 그 부분만으로 토지의 효용을 다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면적까지 사용·수익이 저해된 면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토지의 기초가격, 입체이용저해율, 기대이율 등을 적용해 연도별 차임을 산정하고, 소유 기간과 지분에 따라 합산합니다.
농사에 지장이 없었거나 오래 참았다는 이유만으로 청구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제 청구액은 전선이 토지 이용을 제한하는 범위와 소유 기간 등을 따져 판단해야 합니다.
참고: 대법원 1996. 5. 14. 선고 94다54283 판결,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27069 판결, (판례 인용 제외 — 원문에 없음),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다14083 판결